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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글쓰기/우리의 일상

고맙다

by 오로라맘 2024.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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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시작했고
벌써 2주가 훌쩍 넘었다.

나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고
인수인계 준비로
매일 퇴근이 늦다.

아침에 간신히 일어나
아이들 둘 도시락 싸고
깨워 밥먹여 같이 나와 아이들은 도서관, 나는 출근

예전같으면 점심에 애들얼굴 한번 볼 테지만
그럴 틈이 없다.
저녁 6시-7시까지
둘이 잘 지내주는게 고맙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겠다고 그만 두는데
오히려 더 아이들끼만 두는 것 같아
마음이 안좋았다.


하루는 평소대로 나는 출근, 잘다녀와 하고 도서관. 보냈는데, 아뿔사!
금요일은 마두도서관 휴관일 ㅜㅡㅠ

그냥 집에 가라 하기엔..
전날 둘째가  종일 TV를 본게 맘에 걸렸다.
아람누리 도서관으로 가라고..
맛있는거 사먹고 가라고..(용돈도 안주고 그랬는데, 요즘 첫째가 비상금을 들고다닌다. 사고싶은거 산다고)


날이 진짜 추웠는데,
알았단다.
둘이 젤리랑 초코과자 먹고 도서관 간단다.
지금 엄마회사앞에 지나간단다.(전화도 자주 해주고, 기특하게)

점심 송년/신년 모임이 있었다.
중간에 나올수가 없었다.

점심을 다 먹을 즈음
전화가 왔다

둘이서 모험을 떠난단다


걸어서 호수공원 가고 있다고..


탄현까지 걸어갔다 올거라고..


오.. 탄현은 너무 멀지 않니..

호수공원으로 딜!

그렇게  추운날
둘이서
신나게 호수공원 투어를 마치고
점심 도시락도
바람맞으며 밖에서 드시고 (호수공원 편의점 앞에 의자가 바람막이가 되어 있어 따뜻했는데.. 외부음식 금지 ‘라고 써있어서 과자만 사먹고 나왔다고…ㅡ.ㅡ)

호수공원 찍고
다이소 들려서 장난감도 사고.. 그러고 집에 간다고..

대단한 너희 체력..

이날도 퇴근이 늦었다.
집에오니, 둘이서 알콩달콩 샤워하고 있는데..

녀석들.. 고맙다.

신이나서 그날의 모험담을 이야기 한다.
귀엽고
언제 컸나 싶고..
그렇다.


그런데 계속
그날 이후로도 퇴근이 늦다.
오늘도 저녁 7시반이 되어 들어왔는데..
배고파서,둘째가 계란으로 오므라이스 같은 후라이를 해먹었다고..
아침에 끓여둔 누룽지 죽 꺼내서 다 먹었다고
잘했다고..

첫째왈, 그런데 더 먹으려다가 엄마 배고플까봐
보온통에 밤 조금 남겨놨어. 라며 뚜겅 고이닫은 도시락통을 주는데..

감동이..
고맙구나..

많이 컸다.
그새 컸다. 아이들이.

게다가 오늘은 저녁8시부터 10시50분까지 ’낭독 줌 수업‘ 이 있는날이다.

우리말 낭독이고, 단편소설 낭독 연습이고
영어낭독이고
All stop

제대로 읽을까 몰라
이러고 수업 듣는데

첫째,둘째 돌아가면서
와서 말 시킨다.
썰을 푼다..
ㅜㅡㅠ..

아빠 퇴근..
10시가 되어 가기에
애들 좀 재워달라 부탁했는데

어느틈에
둘째가
이불싸들고
책상옆에 와서 잘자리 마련하신다.
엄마 옆에서 잔다고..

평소같으면 그냥 너그들 방으로 가라 하겠지만..
낭독 강의도, 내가 읽을 차례가 아니길래
잠깐 옆에 누워줬다
엄마 목아프니 베개 이거 써라
엄마도 같이 이불덮어라
추우면 어쩌냐
엄마 등아플까봐 잠이 안온다..
급기야 벌떡 일어나더니
불을끈다. 헉! (아직 내 순서가 아닌게 다행인데.. 이제 다가 오는데…)

다행히..


잠들었다!!!!

어맛,
잠깐 숨 돌리니

첫째가 좌식 책상들고 짐싸들고
옆에 와 앉았다.

엄마 옆에 있고 싶덴다..

숙제도 엄마 옆에서 하고 싶덴다..
“그.. 그러렴”

밤11시.
강의가 끝났고
첫째 숙제도 완료 하셨단다. (D.nav 숙제.. 낮에 미루고 미루다 이제 완료)

그래도 뭔가
옆에 앉아서
연필로 노트에 적는모습
타이핑으로 옮기는 모습
많이 컸고
또 사랑스럽고

고맙고

…..
나는 그옆에서
’김동인‘의 “광염 쏘나타” 를 따라 읽고 있었는데(다른 수강생이 낭독하는것을 들으니 이야기가 재미있길래)

숙제 다 끝났으니
그 이야기 더 듣고 싶다며..(김동인/광염 쏘나타)
누워서,
자.. 읽어줄 게~
하려는데, 재잘재잘~ 이야기 보따리 작은거 또하나 풀었다. 다 들었다. 그냥 그러고 싶더라..

어느새 잠들었네.
아… 다행이다.
이야기가 재미있다 했는데
마지막이 아니었어..(광기어린 마지막 포인트는 안듣는게 좋을것 같다)


잠든 모습이
예쁘다.

그리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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