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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목소리/엄마의 낭독사랑

공유마당_ 그곳에서

by 오로라맘 2024.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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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이 만료된 작품들을 볼수 있는 공유마당.

 

그곳에서 

작품을 찾아본다.

연습을 한다.

https://gongu.copyright.or.kr/gongu/main/main.do

 

한국의 문학작품 중에서 찾아보았다.

 

 

 

나도향_ 젊은이의 시절

 

젊은이의 시절_나도향(2024.01.09).mp3
10.09MB

젊은이의 시절

 

아침 이슬이 겨우 풀 끝에서 사라지려 하는 봄날 아침이었다. 부드러운 공

기는 온 우주의 향기를 다 모아다가 은하(銀河)같은 맑은 물에 씻어 그윽하

고도 달콤한 냄새를 가는 바람에 실어다 주는 듯하였다.

꽃다운 풀냄새는 사면에서 난다.

 

작은 여신의 젖가슴 같은 부드러운 풀포기 위에 다리를 뻗고 사람의 혼을

최음제(催淫劑)의 마약으로 마비시키는 듯한 봄날의 보이지 않는 기운에 취

하여 멀거니 앉아 있는 조철하는 그의 핏기 있고 타는 듯한 청년다운 얼굴

은 보이지 않고 어디인지 찾아낼 수 없는 우수의 빛이 보인다.

 

그는 때때로 가슴이 꺼지는 듯한 한숨을 쉬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천천한 걸음으로 시내가 흐르는 구부러진 나무 밑으로 갔다. 흐르는 맑은 물이 재미있게 속살대며 흘러간다. 푸른 하늘에 높다랗게 떠나가는 흰 구름이 맑은시내 속에 비치어 어룽어룽한다.

 

꾀꼬리 한 마리는 그 나무 위에서 울었다. 흰 나비 한 마리가 그 옆 할미

꽃 위에 앉아 그의 날개를 한가히 좁혔다 폈다 한다.

철하는 속으로 무슨 비애가 뭉치인 감상의 노래를 불렀다.

사면의 모든 것은 기꺼움과 즐거움이었다. 교묘하게 조성된 미술이었다.

음악이었다.

 

그러나 그의 입속으로 부르는 노래소리나 그의 눈초리에 나타나는 표정은

이 모든 기꺼움과 즐거움과 아름다운 포위 속에서 다만 눈물이 날 듯한 우

수와 전신이 사라지는 듯한 감상뿐이었다.

 

그는 속마음으로 부르짖었다.

하나님이여! 하나님은 나에게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말할 수 없이 갑갑하

게 하며 아침날에 광채 나는 처녀의 살빛 같은 햇볕을 대할 때나

종알거리며 경쾌하고 활발하게 흐르는 시내를 만날 때나 너울너울 춤추는 나비를 볼때나 웃는 꽃이나 깜박이는 별이나 하늘을 흐르는 은하를 볼 때,

아아, 나의 사지를 흐르는 끓는 핏속에 오뇌의 요정을 던지셨나이까?

감상의 마액(魔液)을 흘리셨나이까?

 

아아, 악마여, 너는 나의 심장의 붉고 또 타는 것을 보았는가?

나의 심장은 밤중에 요정과 꿀 같은 사랑의 뜨거운 입을 맞추고 피는 아침의 붉은 월계(月桂)보다 붉고 나의 온몸을 돌아가는 피는 마왕의 계단에 올리려고 잡는 어린 양의 애처로운 피보다도 정()하다. 또 정하다.

아아, 너는 그것을 뺏어 가려느냐? 너는 그것을 너의 끊이지 않는 불꽃 속에 던지려느냐?

 

 

이 젊은 청년은 어렸을 때부터 저녁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으려 할 때

붉은 석양에 연기 끼인 공기를 울리며 그의 대문 앞을 지나 멀리 가는 저녁

 

두부장수의 슬피 부르짖는 두부사려!하는 소리나 집터를 다지는 노동

자들의 얼럴러 상사디야소리를 들을 때나 한적한 여름날에 처녀 혼자

지키는 집에 꽹과리 두드리며 동냥하는 중의 소리를 들을 때나 더구나 아자

(我子)의 영원히 떠남을 탄식하며 눈물지어 우는 어머니의 울음을 조각달이

서산으로 시름없이 넘어가는 새벽 아침에 들을 때나,

 

아아, 하늘 위에 한없이 떠나가는 흰 구름이여, 나의 가슴속에 감추인 영혼과 그의 지배를 받는 이 나의 육체를 끝없는 저 천애(天涯)로 둥실둥실 실어다 주어라!

나는 형적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그 소리 속에 섞이고 또 섞이어 내가 나도 아니요 소리가 소리도 아니요, 내가 소리도 아니요 소리가 나도 아니게 화()하고

녹아서 괴로움 많고 거짓 많고 부질없는 것이 많은 이 세상을 꿈꾸는 듯 취

한 듯한 가운데 영원히 흐르기를 바란다 하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미묘한 소리에 한없는 감화를 받았다. 그는 홀

로 저녁 종소리를 듣고 눈물을 씻었으며 동요를 부르며 지나가는 어린 계집

아이를 안아주었다.

 

그는 가끔 음악회에도 가고 음악에 대한 서적도 많이 보았다. 더구나 예술

의 뭉치인 가극이나 악극(樂劇)을 구경할 때에 그 무대에 나타나는 여우(

)의 리듬 맞는 경쾌하고 사랑스럽고 또 말할 수 없는 정욕을 주는 거동을

볼 때나 여신같이 차린 처녀의 애연한 소리나 황자(皇子) 같은 배우의 추력

(醜力)을 가진 목소리가 모든 것과 잘 조화되어 다만 그에게 주는 것은 말

하기 어려운 환상뿐이었다. 넘칠 듯한 이상(理想)뿐이었다. 인생의 비애뿐

이었다.

그는 지금 나무 밑에 서서 주먹을 단단히 쥐고 공중을 치며,

음악가가 되었으면! 세상에 가장 크고 극치의 예술은 음악이다. 나는 음

악가가 될 터이다.그는 한참 있다가 다시 아니, 아니 음악가가 될

터이야.가 아니다. 내가 나를 음악가라 이름짓는 것은 못난이 짓이다.

직 세상을 초탈치 못한 까닭이다. 그렇다, 다만 내 속에 음악을 놓고 내가

음악 속에 들 뿐이다.

그의 표정에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조소하는 웃음이 넘치는 듯하다. 그는

한참 가만히 있었다. 그러하다가 그는 갑자기 눈에 희미한 눈물방울을 괴었

. 그리고 다시 주먹을 쥐고,

, 가정이란 다 무엇이냐? 깨뜨려 버려야지. 가정이란 사랑의 형식이

. 사랑 없는 가정은 생명 없는 시체이다. 아아, 이 세상에는 목숨 없는

송장 같은 가정이 얼마나 될까. 불쌍한 아버지와 애처로운 어머니는 왜 나

를 낳으셨소? 참 진리와 인생의 극치를 바라보고 가려는 나를 왜 못 가게

하셔요? 어머니 아버지가 나를 낳아 기를 때에 얼마나 애끓이는 생각을 하

셨어요? 어머니는 나를 업고 어떠한 날 새벽 우리 집에 도적이 들어오니까

담을 넘어 도망을 하시려다 맨발바닥에 긴 못을밟으시어 아아, 어머니,

나는 지금 그것을 생각만 하여도 가슴을 찌르는 듯합니다. 그러하나 어머

, 어머니의 그와 같은 자비와 애정은 헛된 것이 되었읍니다. 나는 차마

못하는 눈물을 흘리고서라도 가정을 뒤로 두고 나 갈 곳으로 갈까 합니

.

이렇게 흥분하여 있을 때에 누구인지 뒤에서,

그러면 같이 갑시다…』 하는 고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돌아

다보고 눈물 괸 두 눈에 웃음을 띠었다. 두 눈에 괸 눈물은 더 또렷하게 광

채가 났다. 눈물은 그의 뺨으로 흘러 떨어졌다.

아아, 누님, 아아, 영빈 씨하고 그는 손을 내밀었다. 누님은 그의 동

생의 눈물을 보고 아주 조소하듯 시인은 눈물이 많도다…』 하고

하고 웃는데, 누님하고 같이 온 영빈이란 청년은 껄껄하고 어디인지

아주 불유쾌한 표정을 나타내며,

눈물은 위안의 할아버지지요, 허허허.

철하는 눈물을 씻고 아주 어린아이같이 한 번 빙긋 웃고,

오 인제 오셔요, ? 나는 한참 기다렸어요. 그러나 그것은 어찌 되었어

?

이 말대답을 영빈이가 가로맡아서 대답하였다.

....

 

 

 

- 출처: 공유마당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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