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엄마의글쓰기/글

표선에 살어리 랏다

by 오로라맘 2025. 5. 1.
728x90



살어리 랏다. 살어리 랏다. 표선에 살어리 랏다.
내 무엇을 먹고 살러 이곳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표선에 살어리 랏다.
 
나는 간호사다.
20여년을 일을하고 워킹맘 생활 12년 쉬어보고도 싶었노라
살아도 살아도 나아지지 않는 형편에 언제가 나만의 청산을 상상하며
육아서적과 미래서적을 그 보이지 않는 너머를 꿈꿔 왔던 것 같다. 
 
언제부터 꿈꿔 왔던가.
.
.
.
나는
간호사라는 직업으로 3교대 근무를 하며 다양한 분야의 아픈 분들을 보았다. 
다양한 과에 근무를 해보았다.
한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한인생이 마감하는 순간까지
간호사라는 직업이 (어떤 직업이든 고된 부분들이 다 있지만) 참 힘든데
몸과 마음과 머리를 다 써야 한다는 사실이 
 
교대근무를 하고 하루 8시간 이상을 서서일하고 종종걸음으로 걸어다니며
정말 바쁜 부서에서 일했기에 (그리고 일머리가 없었기에)
제때 화장실 다녀오기 쉽지 않았고, 식사 또한 거를 위기가 빈번했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밥도 제 때 먹고 때 오버타임 하지 않는다.)
혼도 많이 났다. (약을 투약하고 사람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한번의 실수가 영향이 크기에 그렇다.)
피와 소변과 창백해진 얼굴과 응급상황과 진상 보호자들까지  다사다난 한 시절이었다. 
일을 못했다고 그때는 생각했다. 
그런데 나도 잘하는 부분이 있었고 그때는 칭찬이 인색했고 
그 인색한 칭찬한마디 해주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못하는 부분만 스스로에게 인식한채
작아진 내면의 모습으로 겉모습또한 채워 가고 있었다. 
 
육체와 정신이
힘든것은 분명한데, 
그와 상응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누군가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와 내가 필요한 사람이구나 라는 그런 보이지 않는 사명감.
어느찰나 따뜻해지는 그 때
그 짧은 빛과같은 보람은 단비처럼 지금도 내 무의식에 스며있다. 
 
그리고  보았다. 대선배님들. 나름 성공하고 자리잡은 분들. 
엄마로서의 그녀들은 .누군가 다른이의 손에 아이들을 맡겨야만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그리고 다른이 손에서 자라며 그 자녀들 문제로 힘들어 하는 모습들을 간접적으로 보았다. 
아이는 부모손에서 부모와 자라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짧은 순간을 교감 하더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분만실 간호사로 일하며 분만출산 준비를 하며, 태교신기를 읽으며 느낀 생각들이 은연중에 내 가치관에 스며들어 자리잡았던것 같다.)
나는 승진이나 직장에대한 집념이 없었고 악바리 정신도 그때는 더 없었다고 생각한다.
 
분명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기에  일을 계속 했어야 했지만
간호부장님의 친절한 설득과 권유에도 믿어주신 수선생님의 배려에도 사직서를 내밀며
네가지 없이 3번이나 병원을 그만뒀었다. 
 
생각없이 지내온 학창시절의 고민을 그 20대에 했던것 같다. 
그리고 그 3번의 사직 중에서  
첫번은 방통대(방송통신대학교)에 편입해서  영어연극 단역을 맡아 
직장인이 아닌 사람으로 지내보았다. 무대에 서보았고, 움추려있던 무의식에 내가 튀어나왔다.
다시 병원으로 갔다.
나는 조금 달라져 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때 또한 단단하지 못했기에 결국은 2번째 퇴사를 하고 나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임신을 했었고 첫아이를 낳았다.
 
감사하게 다시 일하게 될 수 있었다. 밥을 못먹고 옷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을만큼 뛰어다녀도 일하는게 즐겁던 그 때 예상치 않았던 선물이 왓따.  둘째를 임신했다.
어떤 고민도 없었던 것 같다.
힘들게 들어간 일자리에 대한 미련보다  아이와 지낼 1년이 더  중했던것 같다. (출산휴가 3개월은 내겐 짧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대신 봐줄 사람도 없었으며 타인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다.)
 
일은 해야했다.
둘째가 돌이 될 무렵부터 일할 준비를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병원이라는 공간에 시간가는 것도 인지 못할만큼 빠르게 시간이 흘러간다.
잠을 3시간밖에 못자더라도 이유식은 만들어 주고싶어  내손으로 만든 이유식을 들려 싸 어린이집에 보냈다. 
 
내게 지금 중요한 게 뭔지
아이인지 내 커리어,급여인지 선택해야 할 것들 중  부등호를 따지자면 아이들과의 시간 이었던 것 같다. 
운 좋게도 연구직에 취직했다. 암을 연구하고 사무업무와 연구종류에 따라 간헐적의로 하루 온종일 수술실에서 보조하는 등의 일이었다. 그곳에서도 다양한 암 환자들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다. 
정해진 점심시간이 좋았고  나혼자만의 공간인 사무실 책상이 좋았고 식사후 남은 시간을 근처 도서관에서 혼자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더없이 감사했다.
 
그려면서도 갈망 했던 것 같다.
병원과 사무실 한정된 일터가 아닌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아 볼 수 있는날을 항상 꿈 꾸고 있었다. 
 
내 아이들은 나보다는 좋은 세상과 좋은 인생을 살기를 바라며
젊은시절 읽지 않았던 책을 탐닉했던것 같다.
 
시간이 날때마다 읽었다.
지하철에도 업무 쉬는시간에도 걸으면서도 아이들 재우고서도
교양서적과 철학 지식 서적이 아니었다.
그 보이지 않는 내 부족함을 채우고 싶은
육아서적 자기계발서적 이 주를 이루었다. 
시와 산문과 어떤 사고를 고찰할 깊이도 여유도 없이
무한하게도 비워진 내 서재를 채워가고 있었다. 
 
 연구 업무를 사무실 동료들과 의 담화에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라는 EBS 다큐멘터리 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혜정소장님을 찾고 책을찾아 읽고 IB교육이라는 단어를 접했다. 뭔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전율이 올랐다.
 
보통은  경제적기반에 따른 환경은 질좋은 교육으로 그리고 그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 잘 되는 선순환이 많다. 다양한 자극과 적절한 시기에 좋은 질문과 자극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긍정 촉매가 된다. 양직의 책과 음악과 그림 문화적 혜택 또한 그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먹고 사는데 바빠 그밖에 생각하지 못하다면 먹고사는 일에만 몰두하는 인생을 살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은데 반평생을 가까워 살아가는 내가 어떻게 갑자기 다른 인생을 살겠는가, 내 아이에게 되물림 되지 않도록 노력할 밖에 없지만 그 또한 쉬운길은 아니니 말이다. 
 
창의적인 생각과 행보는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있는 바탕과 자극 기다림이 필요할 텐데, 지금까지 내가 받아오며 주입된 교육과 사상과  생각의 틀 안에서  그게 가능할까? 극히 드물다고 생각한다. 
그  사고이  영역에 던져진 IB라는 돌멩이는 파장을 일어,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삶의 터전을 바꾸어 제주로 옮겼다.(아빠 혼자 육지에서 나는 아이들과 제주로 )
가족도 함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금 아니면 안되겠다는 강렬한 의지로 나는 표선에 왔다.
 
1년의 휴식
일을 하지않지만 대비없이 수입이 없는 불안함. 반토막 이상 줄어든 수입과 스스로 주는 압박감.
제주의 대 자연을 그 아름다운 자체로 다 받아 들이지는 못했으니까. 그래도 쉬고 싶었다. 편하지 않더라도.
농작물을 키우고 아이들을 하교후 맞이하고 좋은 사람들과의 수다와 챙김은 내가 가지고 싶었던 순간들 이었던 것 같다.
 
1년도 부족하지만 (일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적겠지만) 쉴 수 없었다. 외지인이 제주에서 일을 찾기란 정말 어렵구나 라고 체감을 했다. 단순 아르바이트직, 요식업 등은 가능하지만 자본도 지인도 없는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하다못해 귤따기도 초보는 일을 구하기도 어렵다. 제주어도 익숙치 않다.(제주에선 제주어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취업에 영향을 받는다. )
 
감사하게도, 직업을 살려 방문간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역간 이동거리가 있기에 하루4~5시간이상 운전하는 때도 있고 시간조절을 하기에도 정말 어렵고 체력을 써야하는 일이고 공부도 해야하며 일에도 익숙해 져야한다. 제주어를 하지못한다고 힘들게 대하는분 은 없다.(표현을 안해 주시는 거지만) 
 
아이들 하교 시간에 짧게라도 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때론 밤늦게 퇴근하게 되고 새벽일찍 밥을 챙겨주고 나와야 하고 아직은 익숙해지는 단계이지만 모든 것에 감사하다.
내가 이곳에 스며 이곳에 자리잡는 그 일상  나를 찾아가는 하루
 
 
살어리 살어리 랏다.표선에 살어리 랏다. 
 

'엄마의글쓰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을 시작하다  (0) 2025.03.10
눈오는 서울  (0) 2025.01.27
나는 어디  (0) 2025.01.21
나보다 큰 아이에게 감사하며  (0) 2025.01.20
so hard  (1) 2025.01.15

댓글